
고려대 앞에서 20여 년간 ‘1000원 버거’를 지켜온 ‘영철버거’ 창업자 이영철 씨가 58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대학가와 SNS에는 추모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이영철 씨는 13일 별세했다. 빈소는 고려대 안암병원 장례식장 102호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5일 오전 6시 30분이다.
■ 단돈 2만2000원에서 시작된 버거
이 씨의 삶은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초등학교도 제대로 마치지 못한 채, 10살 무렵부터 중국집, 군복 공장, 막노동판을 전전했다.
2000년 무렵, 신용불량자라는 꼬리표를 안고 수중에 남은 돈은 단돈 2만2000원. 그는 마지막 선택처럼 고려대 앞 손수레에서 햄버거 장사를 시작했다.
미국식 핫도그 빵에 고기볶음과 양배추, 소스를 넣은 투박한 ‘스트리트 버거’. 화려하진 않았지만 배고픈 학생들에게는 더없이 든든한 한 끼였다. 이 버거는 곧 **‘영철버거’**라는 이름으로 고려대 명물이 됐다.
■ 적자가 나도 지킨 ‘1000원’의 약속
영철버거의 상징은 단연 ‘1000원’이었다.
원재료 가격이 오르고, 돼지고기를 등심으로 바꿔도 가격은 오르지 않았다. 양배추와 청양고추 값이 폭등해 버거 하나를 팔 때마다 200원가량 적자가 나던 시기에도, 그는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이영철 씨는 “학생들에게 부담이 되면 안 된다”는 이유로 이 약속을 끝까지 지켰다. 그 결과 영철버거는 한때 40여 개 가맹점을 거느릴 만큼 성장했다.
■ 장사로 번 돈, 다시 학생들에게
2004년부터 이 씨는 매년 2000만 원씩 고려대에 기부했다. 기부금은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영철 장학금’으로 쓰였다.
정기 고연전 때마다 수천 개의 영철버거를 무료로 나눴고, 학생들에게 그는 사장이 아닌 '영철 아저씨’였다.
■ 폐업 위기, 그리고 학생들의 선택
2015년, 경영난으로 영철버거는 폐업 위기에 몰렸다. 이때 가게를 살린 건 다름 아닌 학생들이었다.
‘영철버거 크라우드펀딩’에 2,579명의 재학생·졸업생이 참여해 6811만 원을 모았고, 영철버거는 다시 문을 열었다. 재개업 후 이 씨는 학생들에게 “걱정 말라”는 의미를 담아 ‘돈 워리(Don’t Worry)’ 메뉴를 내놓기도 했다.
■ “서로 의지가 됐다”
이영철 씨는 2021년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장사를 시작할 때 정말 절박했다. 의지할 곳이 없었는데, 여기서 학생들과 공감하며 서로 심적으로 의지가 됐다.”
그의 장사는 단순한 생계 수단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잇는 공간이었다.
■ 남은 의미
영철버거는 지금도 고려대 앞에서 운영되고 있다.
1000원짜리 버거 하나에 담긴 건 가격 이상의 약속, 신뢰, 그리고 연대였다.
이영철 씨는 떠났지만, ‘영철버거’라는 이름은 여전히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서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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